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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싱잉볼’의 울림에 귀기울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 2002 월드컵 때 탄생한 韓 관광상품- 초등생도 MZ세대도 홍법사 1박2일■ 세대가 화합해 소통하는 템플스테이템플스테이는 2002년부터 한국 정부와 조계종이 합심해 만들어낸 관광 프로그램이다. 당시 모자라던 숙박시설을 충당하고 수많은 월드컵 관람객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자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초기 템플스테이를 추억하는 이전 세대와 새롭게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MZ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세대 화합의 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자와 함께 체험한 인원은 13명이었는데, 부모·청년·아이 3세대가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부산 금정구 홍법사 혜원 스님은 “최근엔 특히 외국인이나 20·30대 참여가 돋보인다. 젊은 층은 버킷리스트의 일종으로 자주 방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템플스테이는 크게 ▷체험형 ▷휴식형 ▷당일형으로 나뉜다. 체험형은 108배 명상 연등 제작 등 불교 행사를 체험해볼 수 있다. 휴식형은 체험형과 달리 기본적인 공양을 제외하곤 시간표가 자유롭다. 기자는 불교문화를 처음 접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고자 홍법사 체험형 템플스테이에 참가 신청했다.■ 사찰로 향하는 낯선 첫 발자국



기자가 템플스테이 체험을 한 부산 홍법사.홍법사는 부산도시철도 노포역에서 하차 한 후, 버스나 셔틀버스를 이용해 갈 수 있다. 구불거리는 좁은 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멀리서도 홍법사의 위치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사찰 지붕에 21ｍ 높이 좌불상이 얹힌 독특한 형상 때문인데, 건물 역시 익숙한 사찰의 형태가 아니었다. 홍법사 심산 주지스님에 따르면 풍수지리로 ‘입을 대는’ 사람이 많아 동서남북 모두 수용하기 위해 둥근 형태로 만들었고, 24개의 기둥을 세워 모든 절기를 아우른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홍법사에 도착하자 “기자죠?”라는 질문이 들려왔다. 사진기자와 함께한 탓인지 직감적으로 눈에 띈 것으로 추측한다. 물음을 던진 혜원 스님에게 열쇠를 받아 숙소에서 짐을 풀고 옷을 갈아입은 후 곧바로 ‘싱잉볼’ 명상을 하기 위해 이동했다.- 소리로 진동으로…마음 속 깊은 치유- 목탁이 깨운 새벽, 자아를 찾는 참선■ ‘싱잉볼’ 진동으로 느끼는 마음의 평화



싱잉볼 보조강사가 참가자들의 명상을 위해 징을 머리맡에서 울리고 있다.이원준 기자“소리가 주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소리가 일어나고 사라지는 데 집중하다 보면 고요함에 빠져들게 되죠.” 싱잉볼 테라피스트 김경숙 씨의 말이다. 명상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그는 ‘숨을 쉬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명상이라 정의한다. 그는 싱잉볼의 진동이 명상에 도움을 주고 감정의 치유까지 가능하다고 했다. 몸에 스며든 싱잉볼의 울림이 감정의 진동과 동기화되는 것이 치유의 원리다. 싱잉볼 명상은 오감을 모두 이용해 진동을 느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싱잉볼 명상은 가장 먼저 몸에서 진동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했다. 손에 각자의 그릇을 올리고, 우드스틱을 이용해 그릇을 두드려 진동을 느꼈다. 손바닥에 위치한 그릇의 떨림이 팔을 타고 몸속 깊은 곳까지 진동해 오래도록 울려 퍼졌다. 그러고는 짝을 지어 마주 보게 했다. 한 명의 발에 큰 그릇을 올리고, 상대방이 우드스틱을 이용해 발의 그릇이 진동하도록 돌렸다. 따뜻한 물을 그릇에 받아 서로의 등을 마사지하듯 녹이기도 하고, 등 위에서 그릇을 진동시키기도 했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신체 감각과 죽은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듯 느껴졌다.다음으로 청각과 후각을 통해 스스로를 정화했다. 강사는 그릇에 아로마를 담아주며 “내 몸에 쌓인 독소를 배출시키기 위해 호흡해야 한다”면서 “진동은 호흡을 도와준다. 호흡하며 내 가슴에 묻힌 감정을 배출하면 된다” 고 했다. 이내 그릇을 각자 손 위에 올리고 두드리며 저마다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다. 높은 음과 낮은 음이 엇갈려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호흡을 뱉으며 감정을 쏟아내라’는 강사의 말에 진동하는 그릇을 얼굴로 가져다 대니 응어리 졌던 감정이 터져나왔다. 알 수 없는 개운함이 들었다.이후엔 모두 누워 크기가 다른 그릇이 만들어내는 높고 낮은 울림들을 느꼈다. 새근새근 숨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수면하는 사람까지 속출했다. 모든 수업이 끝난 후 한 참가자는 “수면장애가 있는데 짧은 시간에 잠이 들만큼 편안한 시간이었다. 안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싱잉볼 명상 이후 저녁공양과 108배, 연등 만들기를 진행하고 자정에 취침했다.- 불안 초조했던 삶에서 잠시만 해방■ 탁 트인 공간서 생각과 감각에 집중



김경숙 테라피스트가 온수를 담은 그릇으로 사진기자의 등을 녹이고 있다. 정인덕 기자“탁 탁 탁 탁.” 일정한 리듬에 맞춘 목탁 소리가 새벽을 깨웠다. 심산 주지 스님은 세상 모든 미물을 깨우는 의미로 목탁을 치는 것이라 했다. 단순한 소리일 뿐인데 세속에서 벗어난 듯 고요하고 개운한 감정이 밀려왔다. 최근에 들었던 어떤 소리보다 맑고 깨끗했다. 새벽 5시 아침 예불을 드린 후 혜원 스님을 따라 참선하는 스님들의 수양 공간에 들어갔다. ‘홍법사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는 스님의 설명처럼 뻥 뚫린 전망이 펼쳐지는 이곳은 감히 홍법사에서 가장 해방감이 드는 곳이라 칭할 수 있었다.참선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좌복을 깔고 앉는다. 오른발을 왼쪽 허벅지 아래로 집어넣고, 왼쪽 다리를 오른쪽 다리 위에 겹쳐 반가부좌 자세를 취한다. 이후 몸을 가볍게 흔들어 좌우 균형을 맞추고, 허리를 곧추세운다. 단전에 손을 늘어트려 연꽃 모양을 만들면 되는데, 이때 오른손을 왼손 아래로 겹치게 한다. 시선은 45도 아래로 향하고 내 생각에 집중하면 된다. 집중이 흐트러지면 연꽃모양이 찌그러져 금방 티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혜원 스님은 “스쳐가는 모든 것을 흘려보내고 피어나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명상”이라면서 “유도명상을 하다 보면 걷기명상이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걷기명상도 참선과 마찬가지로 피어나는 생각과 흘러가는 감각들에 집중하는 행위다. 유도명상 후 스님을 따라 줄지어 사찰 곳곳을 걸었다. 모두 자신의 생각과 템포에 맞춰 고요히 족적을 남겼다. 한 참여자는 “어릴 적 참선은 고된 기억이 많았다. 이번엔 마음이 편해지고 머리가 개운해지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아침 공양을 한 후 주지스님과 차담을 나누고 각자가 원하는 시간대에 퇴실했다.■ 쫓기는 일상 속 작은 안정과 해방감



걷기명상 중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도랑을 건너고 있다.템플스테이는 명상을 통해 이리저리 쫓기는 일상 속 잠시나마 안정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 시간이었다. 일정을 마친 후 드넓은 잔디밭에 혼자 들어가 신발을 벗고, 팔과 다리를 쭉 뻗고 누웠다. 선선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느낌이 좋았고, 티 없이 맑은 하늘이 참 편안했다. 등을 찌르는 잔디가 따갑긴 했지만 그 감각마저도 자유롭고 상쾌했다. 이 차분함과 편안함이 템플스테이의 힘이지 않을까.단순히 혼자만 해방감을 느낀 것이 아니었다. 기자와 함께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던 박경란 씨는 “절에 오면 항상 마음이 편하다. 모든 생각을 떨치고 가는 것 같다”면서 “촉박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노미은 씨는 “어린 시절 경험한 템플스테이가 마음에 남아 아이들과 함께 방문했다. 아이들을 위해 왔는데 오히려 내가 더 위안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