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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6차 전당대회가 8월 22일 오후 청주 오스코에서 열렸습니다. 전당대회 구호는 “다시 국민이다”였습니다. 12·3 비상계엄과 4·4 윤석열 대통령 파면, 6·3 대선 패배를 딛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당대회 경쟁 구도는 ‘반탄파’(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 kt 회선정리 대파) 대 ‘찬탄파’(탄핵 찬성파)였습니다. 방식은 ‘당심 80%, 민심 20%’였습니다. 이런 구도와 방식으로는 반탄파가 승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상대로 대표는 반탄파 김문수·장동혁 후보 두 사람이 결선에 올라갔습니다.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탈락했습니다.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결선에서 김문수 후보를 지지할 것입 자산손상 니다. 김문수 후보는 ‘반이재명 당내 통합’을, 장동혁 후보는 ‘내부총질자 정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김문수 후보가 대표에 당선될 것입니다. 하지만 김문수·장동혁 후보 누가 당선돼도 달라질 것은 별로 없습니다. 8월23일 결선 토론회에서 김문수 후보는 전광훈·황교안과도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장동혁 후보는 대표가 되면 세계신용평가사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걸 바로 ‘오십보백보’나 ‘난형난제’라고 합니다.



두 사람 모두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에 찬성하고, 탄핵에 반대하고, 지금까지도 윤석열 대통령을 감싸고 있습니다. 누가 대표가 되든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정당이 되는 것입니다. 목적어
최고위원은 반탄파 신동욱·김민수·김재원 후보, 찬탄파 양향자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양향자 후보는 높은 인지도 덕을 본 것 같습니다. 청년 최고위원은 반탄-찬탄 구도로 보면 이변이었습니다. 찬탄파 우재준 후보가 반탄파 손수조 후보를 아슬아슬하게 꺾었습니다. 우재준 후보는 대구 현역 의원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표, 원 집값전망 내대표,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청년 최고위원 1명, 지명직 최고위원 1명, 정책위의장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됩니다. 지명직 최고위원과 정책위의장 인선은 대표의 권한입니다. 원내대표는 반탄파 송언석 의원입니다. 지도부 9명 가운데 7명을 반탄파가 장악하게 된 것입니다.
국민의힘을 반탄파가 접수한 이유는 당심이 압도적으로 반탄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강성 당원 및 지지자들은 계엄에 찬성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습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해 정권을 빼앗긴 지금까지도 윤석열 대통령을 손절하지 않은 채 꽉 끌어안고 있습니다.
이들의 에너지는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분노입니다. 갈수록 점점 더 민심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중도 확산을 포기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정치 양극화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긴 더불어민주당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이 점점 더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은 여론조사 수치에서도 확연히 나타납니다. 지금까지 비상계엄에 대해 직접 찬성이나 반대를 물어본 여론조사는 없었습니다. 비상계엄이 12월3일 밤에 이뤄졌고 약 6시간 만에 종료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상계엄에 대한 여론을 엿볼 수 있는 조사는 많이 있었습니다.
한국갤럽이 12월3일, 4일, 5일 사흘 동안 조사해서 12월6일 발표한 결과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16%, 부정 75%였습니다.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12월3일에는 긍정 19%, 부정 68%였지만, 12월4일과 5일에는 긍정 13%, 부정 80%였습니다. 계엄 직후에도 대통령이 직무를 잘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 중 13%나 됩니다. 이들을 ‘계엄 찬성’으로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일주일 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갤럽이 12월10일부터 12일까지 조사해서 13일 발표한 결과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14일) 직전입니다. 대통령 직무 평가는 긍정 11%, 부정 85%였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긍정 38%, 부정 53%로 전체 응답자와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또 대통령 탄핵에 대해, 전체 응답자는 찬성 75%, 반대 21%였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찬성 27%, 반대 66%로 완전히 거꾸로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파면(4월4일) 직전인 4월1일부터 3일까지 조사해서 4일에 발표한 결과도 있습니다. 탄핵 찬성 57%, 반대 37%였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찬성 6%, 반대 91%로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4월 4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여론조사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대통령을 탄핵하지 말자는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이처럼 많았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이들의 맹목과 결집이 6월3일 대통령 선거에서 김문수 후보 41.15%의 득표율을 만들어 냈을 것입니다. 이런 흐름으로 보면 국민의힘 지도부를 반탄파가 장악해서 ‘윤 어게인’ 정당이 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윤 어게인’은 국민의힘 극우화를 상징하는 표현입니다. 이른바 보수 논객 중에는 국민의힘 극우화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극우화에는 확실한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보수는 체제를 지키는 세력입니다. 극우는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선포 뒤 계엄 해제를 막으려고 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고 지시했습니다.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형법상 내란죄의 ‘국헌 문란’입니다. 내란은 체제 부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대와 22대 총선을 부정선거로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승리한 2022년 대선도 부정선거라고 봤습니다. 훨씬 더 많이 이겼어야 하는데 0.73%포인트로 이겼으니 잘못됐다는 주장입니다. 그래서 중앙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 불복은 체제 부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거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남동 관저로 몰려가 영장 집행을 막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사법부를 부정하고 폭력으로 무너뜨리는 행위는 체제 부정입니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 영장 집행을 막아선 국민의힘 의원들, 그리고 법원에서 난동을 일으킨 사람들은 보수가 아니라 극우입니다.
국민의힘이 본래 극우는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국민의힘 대표는 한동훈 대표였습니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으로 달려갔고 의원 18명이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했습니다. 12월14일 국회 탄핵소추 무기명 투표에서 국민의힘 의원 12명이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계엄을 해제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소추한 의원들은 ‘당심’을 얻는 데 실패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동훈 대표가 가진 정치적 역량의 한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가장 일리가 있습니다. 한동훈 대표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했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힘 안팎에 있는 ‘찬탄파’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 세력이 그를 중심으로 결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불출마했습니다. 아마도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정치인은 명분이 확실하면 승산이 없어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한동훈 대표는 아직은 정치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국민의힘 극우화는 대한민국의 불행입니다. 보수 세력도 걱정이 많습니다. 조선일보가 전당대회 다음 날인 23일 치 신문에 “민심과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국민의힘 전대”라는 제목의 비판 사설을 실었습니다. 오죽하면 그랬을까요?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2013년 ‘정당은 어떻게 몰락하나’라는 책을 썼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보수당과 함께 영국을 이끌던 자유당의 몰락을 연구한 책입니다. 강원택 교수는 당시 민주당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힘 사람들이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시대의 평가, 유권자의 평가는 언제나 매우 냉혹하다. 정당이 시대적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노력, 항상 깨어 있어 변화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한 정치 세력의 정치적 운명은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한때 아무리 ‘위대한 정당’이었다고 해도 그 정당이 대중의 신뢰와 기대감을 잃게 되면 정치적인 몰락은 불가피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몰락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국민의힘은 이제 어떻게 될까요? 영국 자유당처럼 순식간에 몰락할까요? 당장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국 자유당은 노동당이라는 대체 정당에 밀려서 몰락했지만,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민의힘을 밀어낼 수 있는 대체 정당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티케이(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머물며 만년 야당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로서는 몰락보다 더 비참한 시나리오입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