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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비대장 이시카와(石川正雅) 소좌는 니콜라옙스크 관내 일본군과 정부기관의 수뇌부를 소집했다. 네 사람이 둘러앉았다. 해군 무선전신대 병력을 이끄는, 또 한 사람의 이시카와(石川光儀) 소좌, 해군 미야케(三宅駸五) 소좌, 니콜라옙스크 주재 부영사 이시다(石田虎松)가 그들이다.1
이들은 야간 기습 공격을 가하기로 결정했다. 적위군의 목적이 일본군 무장을 해제하는 데 있으니, 시간이 흐를수 액트캐쉬 록 불리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적위군과 일본군, 쌍방 병력의 우열이 명백하므로 머지않아 심각한 위험에 처할 것 같았다. 지금 당장 자위상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전통의 전략 ‘기습’을 택한 일본군의 오만
기습은 일본군 장교들이 매우 선호하는 군사행동이었다. 16세기 일본 전국시대에 오다 노부나가가 이끄 신규창업대출 는 소수 병력이 오케하자마 전투의 기습 작전을 통해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다수 병력을 패퇴시킨 사례는 유명하다. 무사 계급 사이에 수백 년간 전승돼 내려오는 영웅담이었다. 그뿐인가. 러일전쟁은 1904년 2월8일 러시아 해군기지인 뤼순항을 일본 해군 함대가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다. 뒷날 태평양전쟁도 1941년 12월7일 일본 해군의 진주만 기습 공격으로 시 별내신도시상가분양 작됐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습은 적은 병력으로 강력한 적군을 제압할 수 있는 비책으로 간주됐다. 니콜라옙스크의 일본군 육해군 장교들 생각도 그랬다.
기습 시점을 1920년 3월12일 새벽 1시30분으로 정했다. 캄캄한 한밤중이었다. 목표는 하나였다. 시내 한가운데 위치한 적위군 본부를 섬멸하는 것이었다. 부두 접안 시설에 인접한 도심 우체국예금이자 지구에는 나란히 서 있는 세 채의 벽돌 건물, 쿤스트 알버트 상회와 노벨 상회, 시민구락부 건물에 적위군 사령부 200여 명이 숙영하고 있었다. 트랴피친이 이끄는 이 적위군 지휘부를 제거한다면 남은 무장부대가 설령 수가 많더라도 대적할 만하다고 판단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본군 병력의 절반을 배치했다. 미즈카미(水上) 대위가 이끄는 12중대와 이 청년사업대출 시카와 소좌가 이끄는 예비대가 그 임무를 맡았다. 이들에게는 보유 중인 공용화기 기관총 4문 가운데 2문을 배정했다. 이들이 주력이었다.
별동대도 배치했다. 시내 여러 곳에 산재한 적위군 전투부대가 본부를 구원하려 집결하는 것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고토(後藤) 대위가 이끄는 11중대가 동쪽 외곽에서 출발해 시내로 압박해 들어왔다. 이들에게도 기관총 1문이 할당됐다. 이처럼 일본군의 병력 배치는 공격에 치중했다. 방어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병력만 남겼다. 일본군 병영과 영사관을 수비하는 임무에 각각 소대 규모의 병력이 배치됐다.
시가전의 한복판에서 맞선 한인 부대
일본군이 작성한 ‘니콜라옙스크 수비대 전투지도’가 있다. 1920년 3월12일 니콜라옙스크 시가지 전투 양상을 그린 지도다. 그에 따르면 이 전투에는 적위군 한인 부대도 참전했다. 전투가 일어났을 때 한인 무장부대는 시가지 동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밀집한 주택들에 분산 숙영했던 것 같다. 그곳은 일본군 별동대 고토 부대의 진격로에 해당했다. 한인 부대와 일본군 고토 부대는 한밤중에 시가전에 돌입했다. 고토 부대의 전투 상보를 들여다보자.
“고토 대위는 (…) 서쪽 방향으로 향하여 전진 중, 주력 방면에서 총성이 크게 일어나는 것을 들었는데, 곧 길가 가옥에서 적군이 갑자기 아군에 사격을 개시했다. 바로 그에 응전하여 맹렬한 시가전이 일어났다. (…) 적탄이 비 오듯 쏟아지는데, 가옥 안에서 적군이 투하하는 수류탄 때문에 쓰카모토(塚本) 중위 이하 사상자가 뒤를 이었다. 점차 고전하는 정황이 됐다. (…) 적군은 병력을 증가하여 아군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날이 밝음과 더불어 형세가 점점 기울어졌다.”2
도심 쪽에서 총성이 크게 일어나는 것을 들었다고 한다. 기습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음을 의미했다. 고토 대위가 인솔하는 11중대 병력은 주력 부대와 합류하기 위해서 도심으로 전진하는데, 길가의 주택에 숨어 있던 적위군이 사격을 개시했다고 한다. 고토 부대의 진격로를 살펴볼 때, 그 적위군은 한인 무장부대였음이 틀림없다. 맹렬한 시가전이 벌어졌다. 적위군의 무기 상태가 일본군에 지지 않았던 것 같다. 적위군이 던진 수류탄 때문에 희생자가 많이 났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적위군의 병력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인 부대에 뒤이어 인근에 숙영하던 중국인 무장부대, 러시아인 부대가 합세한 것이다. 날이 밝을 때쯤에는 일본군이 포위되고 말았다. 병력 차이가 압도적이었던 것 같다. 형세는 완전히 적위군 편으로 기울었다.
일본군의 기습 작전을 분쇄하는 데 한인 무장부대가 끼친 역할이 적지 않았다. 일본군 별동대의 주력군 합류를 저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 한인 부대의 맹렬한 시가전이 놓여 있었다.
니콜라옙스크 한인 부대는 어느 정도 규모였기에 일본 정규군 중대 규모 병력과 시가전을 벌일 수 있었을까? 회상록이나 일본군 정보기록에 따르면 들쭉날쭉하다. 380명, 430명, 500명, 700여 명, 1천 명설 등이 있다.3 이즈음에 한인 부대 참모부 명의로 시내에 게시했던 격문이 남아 있다. 그 첫머리를 읽어보자. “삼가 말씀드립니다. 본 군대의 군인은 500여 명으로서”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4 한인 부대의 군인 수에 관한 가장 신뢰할 만한 정보라 할 수 있다.
‘대한 동무 여러분’에게 의복과 신발을 호소하다
한인 부대는 니콜라옙스크 한인 사회와 깊은 연계를 갖고 있었다. 군수품 일부를 한인들의 의연금과 물품 지원을 통해 해결한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적위군의 일부였던 만큼 러시아 볼셰비키 쪽의 병참 보급을 받아왔음은 틀림없다. 격문을 계속 읽어보자. 한인 부대 참모부는 설명했다. 총기, 군복과 외투, 군화 등을 ‘러시아 군무부’로부터 보급받아왔지만, 거기서도 비축분이 다 소모된 탓에 제때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겨울철이기 때문에 특히 외투와 신발이 문제가 된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 전투해야 하는데, 의복과 신발이 부족한 자가 ‘절반’이라고 토로했다. 우리의 원수, 일본군과 총검을 겨눌 때가 점점 다가오는데, 옷과 신발이 없다고 싸움을 못해서야 되겠는가? 한인 부대는 호소했다. ‘대한 동무 여러분’이여,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이시여. “은혜로써 의복·신발 남는 것을 제출하여 우리 군인이 의복 부족과 맨발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시급히 원조해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끝을 맺었다. 니콜라옙스크 시내에 거주하는 1400여 한인 동포에게 가정에 보관된 남는 의복과 신발을 제공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분명하다.
이 격문은 어떻게 발견됐는가? 니항 사건 발발 후 1920년 6월에 파견된 일본대사관 하나오카(花岡) 서기관이 본국 외무성으로 보낸 보고서에 첨부돼 있다. 시가지 여러 곳에 부착된 것을 수거해 일본어로 번역했다고 한다.5
이 격문은 한인 무장부대의 자의식을 보여준다. 이 부대 지휘부는 자신을 가리켜 ‘러시아 니콜라옙스크시 대한독립군 참모부’라고 호명했다. 두 가지 특징이 눈에 띈다. 러시아 적위군의 일원으로서 러시아혁명을 수행하는 군대임을 부각하는 대신, 일본 제국주의에 정복당한 피억압 민족의 해방을 위한 ‘독립군’이라고 자임하는 점이다. 식민지 노예 상태에 놓인 조국을 독립시키기 위한 무장부대라는 자의식이 뚜렷하다.
‘대한’이라는 이름으로 싸운 사람들
또 하나는 자신의 민족성 지표를 ‘대한’이라고 호명한 점이다. 1910년에 나라가 망한 뒤로는 북간도와 연해주의 한인 이주민들은 자기를 다양하게 불렀다. 조선, 대한, 한국, 고려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니콜라옙스크 한인 부대는 대한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는 한 해 전 3·1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출현한 임시정부의 명칭이 ‘대한’민국인 사실과 관련이 깊다.
이 문서의 맨 뒤에는 대한독립군 참모부 간부들의 서명이 있다. 지휘부가 어떤 사람들인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일본어 번역자는 그것을 “노령(露領) 니시(尼市) 대한독립군참모부 부장 박(朴)ジユンテン, 서기 (러시아어로 씀)”라고 옮겼다.6
러시아 적위군 편제에 따라서 부대 지휘부의 넘버 1, 2위를 참모부장과 서기로 호칭했던 것 같다. 참모부장의 성명은 일본어 번역문의 음가로는 ‘박준천’이라고 읽힌다. 서기의 성명은 아마 러시아어로 쓰인 것 같다. 번역자는 그것을 판독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나보다. 건너뛰고 말았다.
참모부장 박준천은 누굴까? 아마 박일리아의 한국어 명칭 박윤천(朴允天)을 잘못 옮겨 적은 것으로 보인다.7 박일리아는 니콜라옙스크를 수도로 하는 사할린주의 통합 한인 무장부대의 지도자였다. 아무르강 하류 지역 한인들의 민족운동을 사회주의 노선으로 이끌었고, 무장투쟁 방향을 식민지 민족의 해방운동과 독립운동으로 이끈 지도자이기도 했다. 그는 초창기 한인 사회주의운동의 일원이었다. 1921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고려공산당(상해당) 창립대회에서 군사부 위원으로 선출된 경력도 있다. 그는 니콜라옙스크 대한독립군의 정치 노선을 상해임시정부 지지 쪽으로 이끌었다. 자신이 속한 상해당이 1920~1921년 시기에 견지했고, 당수 이동휘가 내각 국무총리로 참여했던 바로 그 노선이다.
1. 陸軍省⋅海軍省, ‘尼港三月事變之顚末’, 大正9年 7月3日, p.3, ‘尼港事件經過報告 5’,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go.jp
2. 위의 글 6쪽.
3. 윤상원, ‘러시아 지역 한인의 항일무장투쟁(1918~1922)’,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 2009, 117쪽.
4. 露領尼市大韓獨立軍參謀部, ‘大韓同朋諸君ニ謹告ス (朝鮮語ノ分)’, 1920.E(?).12, 1쪽, ‘尼港事件經過報告 2’,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go.jp
5. 外務次官, ‘尼港ニ於ケル朝鮮語及支那語宣傳書譯文送付ノ件’, 大正9年(*1920) 6月21日, ‘尼港事件經過報告 2’, アジア歷史資料センター, http://jacar.go.jp, 67쪽.
6. 露領尼市大韓獨立軍參謀部, 위의 글, 2쪽.
7. 윤상원, ‘박일리아’, ‘한국독립운동인명사전’, 독립기념관, https://search.i815.or.kr
글·사진 임경석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독립운동 열전’ 저자
*임경석의 역사극장: 한국 사회주의 운동사의 권위자인 저자가 한국 근현대사 사료를 토대로 지배자와 저항자의 희비극적 서사를 풀어내는 칼럼입니다.



격문 ‘대한동무제군에게 근고함’의 마지막 쪽. ‘대한독립군’을 자임하고 있음이 뚜렷하다.





니콜라옙스크 한인 무장부대가 살포한 격문 ‘대한동무제군에게 근고함’의 일본어 번역본 첫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