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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서서 돈도 너도 온 를 짧지도정조는 18세기 후반 조선이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했다. 그러나 노론 중심의 \'벌열\'들의 반발과 견제때문에 자신이 꿈꾸던 개혁을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림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정조실록)’의 한 장면. 휴머니스트 제공


즉위 초반의 불안했던 정세가 진정되자 정조는 비로소 자기 정치의 방향을 제시한 `대고(大誥)'를 선포한다(1778년 6월4일). `대고'는 당시 조선이 풀어야만 했던 국방과 관료 선발, 토지 제도, 조세, 재정 등의 문제점을 압축해 요령 있게 정리한 것이었다. 첫머리에 실린 토지의 문제를 보자.
조선은 정전제(井田制, 공납을 충당하기 위해 토지의 일부를 공유지로 공동 경작하는 제도)는 물론이거니와,릴게임다운로드
개인의 토지 소유의 상한선을 설정하자는 한전제(限田制)도, 토지를 경작 농민에게 고루 나누어주는 균전제(均田制)도 시행해 본 적이 없으며, 지주의 거센 반대로 경작지의 면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양전(量田) 사업도 하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소수 지주가 토지의 대부분을 소유한다. 그럼 경작하는 농민은? 정조는 이렇게 말한다. “아, 백성이 먹고사는 길은 오릴게임용의눈
직 부지런히 농사짓는 데 있다. 하지만 사람마다 자기 땅을 가질 수가 없다면, 아무리 농사에 힘을 쏟으려 해 본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요즘 말로 하자면 아무리 일하려 해도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고'는 이어 수공업과 상업에 물리는 무거운 세금, 궁방과 관청의 땔감을 얻는 숲의 점유, 여성 노동의 결과물인 포목(베씨젠 주식
와 무명을 아울러 이르는 말)을 국가가 깡그리 수탈하는 것, 향촌에서 아전이 자행하는 황구첨정(黃口簽丁, 어린아이를 군적에 올려 군포를 징수하던 일)·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사람의 이름을 군적과 세금 대장에 올려놓고 군포를 받던 일) 같은 가혹한 착취, 과거제의 문란과 성균관 교육의 붕괴, 임진왜란 이후 새로 만든 오군영 체제가 초래한 군정의 문제, 정원을주식정보1위카페
초과한 관리와 군사의 존재로 인한 재정 부족 문제, 환곡 제도가 초래한 과잉 수탈, 논밭에 부과되는 세금 이외 잡다한 세금 징수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 등등을 차례차례 언급하고 있다. `대고'는 18세기 후반 조선이 당면한 모든 문제를 망라했던 것이다.



정조대왕이 화성헤스본 주식
능행차를 위해 창덕궁에서 출궁하는 모습이 2017년 9월 재연되고 있다. 수원문화재단 제공


정조는 `대고'를 통해 전면적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제에는 해결책도 포함되기 마련이었다. 정조 당시 조선 사회에는 이미 다양한 개혁책이 제출되어 있었다. 정조는 `대고'를 발표하고 1달 뒤인 윤6월13일 군영을 통폐합하는 군제 개혁안에 대한 구상을 내놓으면서 유형원의 `반계수록'을 인용하였다. 조선의 총체적 개혁책인 `반계수록'을 이미 읽은 바 있었던 것이다.
1793년 화성 건설을 계획할 때 정조는 `반계수록'에서 유형원이 제안한, 수원의 읍치를 북쪽 들판으로 옮기고 성지(城池, 성과 그 주위에 파 놓은 못)를 마련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자신의 구상을 예견한 것이라고 감탄하였다. 이어 유형원의 실용적 학문을 찬탄해 마지않았다. 참고할 만한 전면적 해결책이 이미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18세기 문헌을 찬찬히 읽어보면, 현실의 모순을 지적하면서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결코 적지 않았다. 이들은 `반계수록'의 개혁책도 잘 알고 있었다. 1796년 3월7일 순릉직장(順陵直長, 순릉의 제사를 관리하거나 능 주변 일을 맡은 실무 관직) 소수중(蘇洙中)은 정조에게 올린 글에서 토지 제도와 환곡 제도의 개혁을 요청하면서 역시 `반계수록'을 개혁의 모델로 인용하였다. 같은 해 장사랑(將仕郞, 문무관의 품계 중 하나로, 종9품에 해당하는 하급 관직) 신신(愼信) 역시 다양한 개혁을 요청했는데 그중 하나는 지방 군현에 성을 쌓거나 보수하는 것이었다. 신언은 이와 아울러 작은 행정단위를 묶어 큰 행정단위로 바꾸어 관리의 수를 줄이자고 제안하면서 `반계수록'에 실려 있는 아이디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왕은 물론 하급관리와 재야의 선비까지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또 개혁 방법도 제시하고 있었다 . 그렇다면 실제 개혁이 있어야만 마땅했다 . 조선은 왕정국가였으니 , 개혁의 주체는 당연히 왕 곧 정조일 수밖에 없었다 . 정조는 ` 대고 ' 에서 보듯 ,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 그렇다면 그는 어떤 개혁의 행보를 보였던가 ?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6(정조실록)’의 한 장면. 휴머니스트 제공


1788년 6월12일 우통례(右通禮, 나라의 의식을 맡았던 벼슬아치) 우정규(禹禎圭)는 상소와 함께 `경제야언(經濟野言)'을 올렸다. 이 책은 간단히 말해 `대고'가 제출한 문제에 대한 답과 같았다. 하지만 정조는 허다한 개혁책 중 최종적으로 여성의 가발을 금지하는 아이디어만 채택했을 뿐이었다.
박제가는 1786년 1월22일 개혁의 아이디어를 올리라는 정조의 명으로 `북학의'를 요약해 올렸다. 박제가의 글을 본 정조는 “네가 아뢴 여러 조목을 보고, 너의 식견과 뜻을 알겠다”고 답했을 뿐, 정작 그의 개혁책은 한 가지도 채택하지 않았다. 매사가 이런 식이었다. 정조가 왕으로 있었던 25년 동안 실제 개혁이라고 할 것은 없었다. `대고'의 첫머리에서 소수의 토지 광점(廣占)으로 인해 농민이 경작할 토지를 잃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지만, 정작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혁은 없었던 것이다.
정조는 왜 개혁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를 둘러싸고 있는 벌열(閥閱, 관직을 독점하는 소수 가문 기득권 세력)들의 반발이 두려웠을 것이다. 수십 개의 가문으로 뭉쳐진 벌열들은 토지와 관직과 인맥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었다. 이들은 즉위 초기 정조의 암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민의 복리(福利)를 위한 개혁은 당연히 벌열의 반발을 누르는 것으로 시작해야만 했고, 또 이들의 특권을 해체하는 것이 개혁의 최종 목표였다. 하지만 정조에게 그럴 용기는 없었고 그는 늘 멈칫거렸다.
오는 6월3일은 대통령 선거일이다. 누가 이 시대 벌열을 누르고 과감하게 개혁에 나설 후보인가? 우리의 선택이 개혁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



강명관 인문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