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먹튀돈받기 ㅳ 오리지날게임 ㅳ√ 14.reg198.top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나는 19세부터 62세까지 43년3개월 동안 초등학교 교직에 머물렀다. 그러기 이전엔 12년간 학생으로 살았다. 그러니까 55년3개월 동안 줄곧 학교만 다니며 산 인생이다. 매우 단순한 삶. 전반부는 학생으로 산 삶이고 후반부는 선생으로 산 삶이다.
그런 나에게 익숙한 악기는 오로지 풍금이다. 서양 말로는 오르간. 그러나 나는 풍금이란 말을 더 좋아한다. 풍금이란 말 속에는 먼 옛날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더더구나 지금은 깡그리 잊힌 어린 시절 만난 사람들이 아직도 그 속에서 살며 숨 쉬고 있을 것만 같다.
햇빛이 부서져서 나는 소리인가
풍금은 사람이 페달(발판)을 움직여서 헬로우드림 진솔맘 바람통에 바람을 불어넣으면 그 바람이 건반 아래 피리를 떨게 하여 소리를 내는 악기다. 그러므로 매우 원시적이고 인간적인 악기이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를 담은 친자연적 악기이기도 하다.
우거진 숲속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힘겹게 오른 언덕길. 확 터진 조망(眺望). 눈앞에 열리는 바다. 쪽빛 수평선. 수평선 위로 번지는 솔 신한 후불교통카드 연체 바람 소리가 들린다. 아니다. 해거름 녘, 내 이름을 부르는 젊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 내가 풍금을 알게 된 것은 여섯 살 때인 1951년 9월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을 하던 이사리 분교 운동장 한구석, 우거진 벚나무 아래에서였다. (6·25전쟁으로 입학식을 제때 하지 못했다.) 작은 분교이기 때문에 한 분밖에 안 계셨던 월차 사유 선생님인 김상규 선생님의 애국가 노래 반주를 들었다. 나는 속으로 어쩌면 풍금 소리가 햇빛이 부서져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어려서 다니던 시골 학교에는 한 학교에 풍금이 한 대나 두 대밖에 없었다. 그래서 음악 시간이 되기만 하면 풍금으로 음악 수업을 먼저 한 학급에서 풍금을 날라와야만 했다. 반에서 키 크고 힘센 아이들이 일산현대스위스 일꾼으로 나섰다. 그걸 아이들은 ‘개미역사’한다고 말하곤 했다.
실지로 내가 풍금 연주를 배운 것은 고등학교 때다.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던 사범학교였기에 풍금 연주가 필수 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시 쓰는 일에 홀려 풍금 연습 같은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런 나에게 음악 선생님은 한 곡만이라도 외워서 연주해야만 졸업시켜 준다고 해 주식매각공고 겨우 ‘태극기’란 노래 한 곡을 외워서 연주하는 걸로 풍금 연주 공부를 마쳤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은 뒤로는 사정이 달랐다. 풍금을 연주할 줄 모르면 음악 수업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한 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반납하면서까지 풍금을 연습했다. 아예 학교 풍금을 하숙집 방에 옮겨다놓고 연습을 해서 그런대로 풍금 소리를 내는 선생이 되었다.
그 소리로 마음을 달래곤 했지
참으로 풍금은 신비롭고 영혼적인 악기이기도 하다. 쉬는 시간 밖에 나가 놀다가 수업 시간이 되어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이 쉽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소란을 피울 때 큰소리로 조용히 하라고 다그치는 대신 풍금으로 동요 몇 곡을 들려주면 어느 사이 아이들이 조용해지곤 했다.
오랫동안 나는 풍금을 한 대 가지고 싶었다. 드디어 40대 후반 나는 학교에 풍금을 수리하러 다니는 분에게 부탁하여 낡은 풍금 한 대를 사들였다. 그것은 일제 야마하 풍금. 헌 물건인데도 새 풍금 가격으로 샀다. 건반이 온전하고 은행나무 통판으로 만들어진 매우 우아한 풍금이었기 때문이다.
그 풍금으로 한세월 마음을 달래며 살았다. 좁고도 낡은 후생 주택이지만 마루방에 풍금을 들여놓고 시간만 나면 풍금 소리를 내며 40대 한 시절 고달프고 힘든 마음을 달랬다. 그럴 때면 아내는 저 사람이 또 마음이 심란해서 저러는구나 생각하고 오랫동안 모른 척 눈감아주곤 했다.
그러나 그 뒤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풍금은 바람통이 고장 나고 건반이 낡아 더는 소리가 나지 않게 되어 충남 공주시 금강변 새이학이란 식당에 장식품으로 주었다. 하지만 나는 풍금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하여 교직 정년 무렵 경북 구미에 있는 아리아 오르간 공장에 연락한 뒤 새 풍금을 한 대 사들였다.
목에 힘 주던 사람도 온순해져
지금 풀꽃문학관에는 온전하게 소리가 나는 풍금이 세 대나 있다. 하나는 교직 말년에 산 바로 그 아리아 오르간. 또 하나는 서울 낙원상가에서 마지막 풍금이었던 영창 오르간. 그리고 또 한 대는 일본에서 어렵게 구해온 야마하 오르간이다.
문학관에 손님이 오면 그 가운데 한 오르간으로 동요를 연주해준다. 놀라운 일이다. 아무리 목에 힘을 주면서 찾아온 거만한 사람이라도 풍금 반주로 동요 몇 곡만 들려주면 대번에 온순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아니, 초등학교 시절의 어린 사람이 되는 것이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그 사람을 어찌 조금 전 목에 힘을 주던 거만한 사람이라 하겠는가!
풍금 소리는 그만큼 사람 마음을 순하게 다스려주고 착하게 만들어준다. 새롭게 지어진 풀꽃문학관이 개관하면 오르간 세 대 중 한 대가 새로운 집으로 옮겨질 것이다. 그곳에서도 풍금은 자신 가슴 깊숙이 간직한 깊고도 아늑한 소리를 불러내어 힘들게 찾아온 사람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