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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다. 꺼내 너무 자신에게 모양이었다. 제정신이 좋은[최문섭 기자]
우리 동네의 문화 공간이었던 교보문고 신도림디큐브시티점이 6월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단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고, 인사 겸 지난 28일에 신도림점에 다녀왔다. 폐점을 앞둔 매장은 조금 어수선했지만 고별전이라도 하듯 제법 많은 손님과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읽으려고 휴대폰에 메모해 두었던 이슬아 작가의<인생을 바꾸는 이메일 쓰기>를 검색해 보니, 다행히 재고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매대를 찾았으나 아뿔싸, 비닐 포장 때문에 내용을 살펴볼 수 없었다. 경향신문 기자 김지원은 자신의 첫 책에서 "범상치 않은 책은 서문에서부터 강력한 냄새를 풍긴다"라고 말했는데, 이슬아의 책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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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들고 가까운 카페로 가서 포장을 뜯고 읽기 시작했다. 지은이의 경험이 녹아있는 탄탄한 문장에 빠져서 절반 이상 읽고 나머지는 아껴두었다. 이 책은 뉘앙스에 관한 이슬아의 18 비기(祕記)였다. 이메일에 관한 18개 에피소드는 지은이의 경험과 생각이 녹아 찰떡같이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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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로 포장된 이슬아의 책 책을 사 들고 가까운 카페로 가서 포장을 뜯었다.


ⓒ 최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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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자기계발서 같지만 생생한 경험이 담긴 에세이고, 술술 읽히는 픽션 같기도 하다. 다정함도 기술이라는 저자가 풀어놓는 이야기의 등장인물도 다양하다. 강원국, 노희경, 이연실, 장기하의 실명이 공개된 꾸밈없는 에피소드가 드라마같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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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즉시 써먹을 수 있는 영업비밀이 담긴 책이라서 비닐로 포장한 것 같았다. 영업비밀 중 하나는 '내-마-금-지'와 '빠-고-노-더'다. 유명인을 섭외해야 하는 의뢰인이라면 '내-마-금-지'를 알아야 하고, 정중하고 요령 있게 거절 메일을 쓰고 싶다면 '빠-고-노-더'를 지켜야 한다고 이 작가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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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의뢰 메일의 4가지 필수요소로 내용과 분량, 마감 기한, 금액, 지급일자를 말하며, '빠-고-노-더'는 지은이가 거절하는 메일을 쓰는 방식이다. 빠르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NO라고 대답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더 좋은 기회로 만나 뵙기를 희망하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다. 지은이가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몸으로 깨달은 18개의 영업비밀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실시간으로 자극적인 영상이 난무하는 요즘에 책과 이메일은 올드 미디어에 속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가치가 있다.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다. 문자나 카톡이 아닌 이메일로만 전할 수 있는 생각과 느낌도 있다. 누군가의 명함에서 빠지지 않는 '이메일'로 인생을 바꾼 글쓴이 이슬아 작가가 자신의 비기를 아낌없이 풀어놓았다.
이메일도 글쓰기의 한 종류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읽고 쓰기에 관한 대중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다. 직장인, 프리랜서, 자영업자, 1인 기업가 모두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소정의 격식이나 절차가 필요한 소통에는 이메일이 적당하다. 목적에 부합하는 이메일을 잘 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바이블이 돼 줄 것 같다.
행간을 읽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책날개의 저자 소개는, 읽어보니 정말이지 과장이 아니었다. 자신과 타인의 문장을 놓고 행간에 담긴 의미를 풀어놓는 솜씨는 출간 하루 만에 중쇄를 찍는 결과로 나타났다(내가 구입한 책의 판권 정보를 확인했는데, 출간 하루 뒤 '2쇄'가 찍혀 있었다). 이슬아 작가와 이연실 편집자의 조합이 만들어 낸 '이야기보따리'가 제대로 터졌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