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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챙겨들고 떨어졌지만 마찬가지네요. 정도가 말씀. 내며지난달 21일 오전 경기 화성 힘펠 본사에서 김정환 대표가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를 가리키며 환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힘펠의 시장점유율을 60%로 끌어올린 김 대표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1등인데 우리 제품 못 팔 곳이 어디 있겠냐"며 향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고 했다. /장련성 기자


경기도 화성 힘펠 본사 4층 대표 집무실에 걸린 사훈(社訓)은 ‘열정’이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지는 걸 싫어하는 저를 보여주는 말입니다.” 이 회사 김정환(68) 대표가 말했다. “예전 동문 마라톤 대회에 처음 나가서 운동장 한 바퀴를 뛰고 탈진한 적이 있어요. 매일 퇴근하고 이를 악물고 연습해 2년 연속 1등을 했습니다.”
자 손상차손환입 타공인 ‘악바리’인 김 대표가 지난 30년 열정을 다해 한 우물을 판 분야가 환풍기였다. 그가 처음 환풍기 제조업에 뛰어든 1993년만 해도 환풍기는 그저 소모성 건축 자재일 뿐이었다. 이제 힘펠은 환기 가전으로 1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국내 유일의 회사가 됐다. 국내 욕실 환풍기 시장 점유율 60%, 신축 아파트 10곳 중 6곳 이상 욕실엔 이 국민은행 국민행복기금 회사 제품이 달려 있다. 김 대표는 “환풍기를 가전의 반열로 올렸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환풍기를 가전의 반열로
청년 김정환의 첫 직장은 싱크대 손잡이를 대형 가구업체에 납품하는 회사였다. 그는 서른둘이던 1989년 직접 기업을 해보겠다며 힘펠의 전신 ‘진도정밀화학’을 세웠다. 창업 초 직원 수는 단 3명이었지만 싱크 주택사업자 대 손잡이를 일본에 수출할 정도였다. 김 대표는 “하지만 싱크대 손잡이는 아무리 뛰어나도 독자적인 브랜드가 될 수 없더라”고 했다. 납품을 위해 아파트 현장을 뛰어다니던 그가 주목한 게 욕실 환풍기였다. 환풍기 시장은 이름 있는 브랜드가 없는 무주공산이었다.
그가 환풍기 시장에 진입한 1990년대는 평촌, 분당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돼 아 미래에셋자산운용 파트들이 대규모로 들어섰고 환풍기 수요도 폭발했다. 김 대표는 아파트 건설 현장소장들을 찾아다니며 ‘한 번만 써달라’ 설득하며 회사 이름을 알렸다. 1997년 첫 대형 건설사 납품 계약을 따내며 본격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매출이 늘면서 김 대표는 연구·개발(R&D)에 눈을 돌렸다. ‘환풍기는 그게 그거’라는 통념을 깨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원리금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당시 국산 환풍기는 프로펠러형이라 욕실 공기를 외부로 밀어내는 힘이 약했다. 그는 엔진에 쓰이는 터보팬을 도입해 흡입력을 세 배 이상 끌어올렸다. 환풍기 수명도 네 배로 늘렸다. 강력한 성능이 뒷받침되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2010년 회사 이름도 ‘힘 있는 날개(High Impeller)’라는 뜻의 힘펠로 바꿨다. 생산 제품도 욕실 환풍기를 넘어 다변화했다. 욕실을 넘어 집 전체의 환기를 책임지는 시스템 환기 청정기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실내 공기의 열을 보관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열 환기 시스템도 개발했다. 소음을 크게 낮춘 주방 레인지 후드도 만든다. 김 대표는 “조리할 때 나오는 연기 때문에 주부들이 폐암에 많이 걸리는데도 소음 때문에 후드를 안 켜는 것을 보고 개발하게 됐다”고 했다.
◇터보형 환풍기 개발 등 혁신
환풍기 한우물을 파온 그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준비된 자를 찾아온 기회’였다. 밀폐된 공간에서 에어로졸 형태로 퍼지는 코로나의 특성이 알려지면서, 환기의 중요성이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힘펠 환풍기와 전열 환기 제품 매출이 덩달아 뛰었다. 2019년 644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1652억원까지 급상승했다. 10년 전에 비하면 매출액이 무려 6배로 뛰었다. 지금은 직원 212명에, 300여 건설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국내 대표 환기 가전 기업에 오른 지금 김 대표는 해외 공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2010년대 초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현재 해외 17국에 진출했다. 지난 6월엔 아파트가 늘어나며 환기에 관심이 커진 베트남 호찌민에 숍인숍 형태의 오프라인 쇼룸을 열었다. 글로벌 시장의 강자는 일본 기업들이다. 김 대표는 “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1등인데 우리 제품 못 팔 곳이 어딨겠냐”며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