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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 큭큭. 에게 항상 송강릉 하시동·안인사구 일대. 해안침식으로 무너져내린 해안에 돌덩어리를 쌓아올려 파도를 막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절벽이 생겼다. 모래가 사라지고, 절벽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동해안 모래 해변 중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름을 날리던 강릉 안인사구의 현실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까지 지정됐던 곳의 빼어난 해안선과 모래는 온데간데 없다. 대신 흉물스러운 절벽이 나타났다. 시간이 갈수록 깎이고 패여가는 정도는 심해지고 있다.
지난 8월14일 찾은 하시동·안인사구의 원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모래는 고사하고 5m 높이 절벽이 속살을 드러낸 채 도로까지 파고 든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하시동 해변으로 들어가는 사구 안내소 출입구는 침식 방33법
지용 암석 구조물과 옹벽처럼 생긴 철망이 3~4m 높이의 절벽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생태·경관보전지역이 걷잡을 수 없이 훼손되고 있다. 이러한 아픔의 원인에는 화력발전소 건설의 영향이 컸다. 2018년 3월, 삼성물산과 한국남동발전이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리 일대에 강릉에코파워라는 법인이 설립되고부터다. 대기업과 공기야마토게임방법
업은 208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안인사구 바로 앞에 강릉안인화력발전소를 건설했다. 화력발전소 시설 중 하나로 바다에 석탄 하역부두와 방파제가 들어서자 조류의 흐름이 바뀌었다. 공사 과정부터 급격한 해안 침식이 시작된 것이다.




한국전력분석



아름다운 모래사장은 어디로 갔나
안인사구 앞바다에 설치된 각종 대규모 토목 구조물은 해류의 흐름을 바꾸고 모래 이동을 차단했다. 연안 개발이 이뤄지기 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환경영향평가는, 해안 사구의 모래 이동에 대한 저감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 결과, 주변 해자전거관련주
안선이 심하게 뒤틀리는 변화를 맞았다. 동해안의 바다 모래는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스러운 퇴적·침식의 균형이 깨지자 회복력을 잃고 말았다.
실제로 안인사구를 중심으로 바로 옆 하시동 해변과 염전 해변은 올해 해안침식 D등급을 맞았다. 침식은 A, B, C, D 4단계로 나뉘는데, D등급은 ‘심각’에 해당한다. 2024년 해양수산부의 연안침자동매매
식 조사에 따르면, 하시동 해변은 안인화력발전소을 세우면서 모래 유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했고, 염전해변은 기존 퇴적지형과 침식지형의 격차가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심각성을 인식한 해수부 동해청과 강릉시, 화력발전소 측은 더 이상의 해안침식을 막는다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모래를 보충하고 600m에 달하는 잠제(수중 방파제)를 설치했다. 하지만 이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침식과 퇴적의 불균형은 해안의 남쪽 부분을 심하게 깎는 결과를 초래했다. 파도는 가차없이 몰아쳤다. 이후에는 사구 앞에 돌제(해안선 돌출 방파제) 6기를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무용지물이었다.
김인호 강원대 그린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처럼 계절에 따라 파도의 입사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해역에서는 돌제 설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특히 평면 배치와 구조물의 투과성, 크기 제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경우, 2차 침식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안인사구에 설치된 일부 돌제는 효과가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었다. 일부 돌제는 모래에 파묻혀 제 기능을 상실했다. 나머지는 모래가 전혀 포집되지 않아 침식방지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ESG’ 외치던 기업, 정작 해안침식은 모르쇠?
비슷한 시기인 2018년 8월, 삼척블루파워 주식회사도 삼척시에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소를 착공해 지난해 공사를 마무리했다. 이를 위한 항만 공사가 진행되면서 배후에 있던 맹방해변 역시 해안침식을 비껴가지 못했다. 석탄 부두 건설을 위해 설치된 방파제와 인공 구조물이 모래의 이동을 가로막아 일부 지역의 침식이 가속화됐다. 길이 5㎞, 폭 50m에 달하는 모래사장 일대에 해변 폭이 5m로 줄어드는 구간이 생기기도 했다. 해변모래가 깎인 곳은 1.5~2m에 달하는 기괴한 모래 절벽이 펼쳐졌으며, 가파른 절벽에 소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항만 개발을 위해 바닷속까지 돌을 쌓아올린 삼척블루파워 화력발전소 건설현장. 자연 해류 흐름이 왜곡되면서 인근 해안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2020년 환경부는 삼척블루파워의 공사를 전면 중단시켰다. 침식저감시설을 충분히 마련하고 공사를 재개하라는 결정이었다. 그제서야 삼척블루파워는 해안 침식 대책에 분주히 나섰다. 2021년에는 1500억원을 들여 저감시설을 추가 설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입한 돌출 시설물들은 추후 또 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두 발전소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해안 침식에는 기업들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릉안인화력과 삼척블루파워 모두 삼성물산(강릉에코파워 지분 가운데 29%)과 포스코그룹(삼척블루파워 지분 가운데 34%)등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강릉에코파워의 단순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화력발전소의 시공까지 맡았다. 사업의 투자자이자 직접적인 건설 주체로서 깊게 관여한 것이다.



파도에 깎여버린 백사장이 절벽처럼 드러난 삼척 초곡해변. 도로가 바로 뒤에 있어 추가 침식이 우려된다. 녹색연합 제공


대기업이 시설 공사를 맡았다고 해서 해안침식의 우려를 덜 수 있던 것은 아니다. 빼어난 해안 사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수천억원을 들인 저감시설이 만들었어도 효과는 크지 않았고 침식은 계속되고 있다. 기업의 이 같은 훼손에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정책과 제도의 사각지대도 한몫 했다. 환경영향평가 항목 중에서 해안 침식에 대한 이해와 저감 대책이 허술했던 탓이다. 대부분의 국내 해안 침식 전문가들은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해안의 지형적 특성과 원리를 고려한 해수부 차원의 연안재해재난 평가를 주문하고 있다.
동해안, 무분별한 인공 구조물 설치로 침식 가속화
동해안은 해안침식이 가장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너울성 파랑을 직접적으로 받는 탓이다. 누구나 쉽게 확인 가능할 정도로 침식 현장도 즐비하다. △고성군 반암해변, 교암해변, 초도해변, 송포해변 △속초시 등대해변, 영랑동 해변, 청호해변 △양양군 설악해변, 지경해변 △강릉시 영진해변, 사근진해변, 순포해변, 사천진 해변 안인사구 △삼척시 맹방해변, 초곡해변 원평해변 임원해변 등이다.
정부는 2014년부터 해안침식이 심각한 지역을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침식 방지를 위한 연안정비사업을 시행하면서 인공구조물 등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인 대안이 되지 못해 지속적인 해안 침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울진 산포리 해변 일대. 해안 침식으로 인해 높은 모래절벽이 생기자 추가 침식을 막기 위해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방파제)를 높게 쌓아 올렸다. 녹색연합 제공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해변은 그 전형적인 사례다. 해안침식으로 인해 해안도로가 붕괴되자 성인 키의 두 배가 넘는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방파제)가 방어막처럼 세워졌다. 육지로 치고 들어오는 파랑이 해안도로까지 침투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거센 파도는 5m 절벽이 만들어지면서 테트라포드 표면마저 반질반질하게 깎고 있었다. 실제로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는 모래공급이 끊겨 테트라포드와 돌제 주위에는 입자가 큰 자갈만 남아 있었다.
울진군 북면의 봉평해변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해수부는 2015년 울진 봉평해변을 연안침식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T형 헤드랜드 방파제 및 수중 방파제 등 인공구조물을 설치했다. 헤드랜드는 연안 모래 이동의 순환체계를 안정화시켜 침식을 방지하는 시설로, 미국과 일본 등에서 사용된다. 하지만 봉평해변은 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지형이기에 퇴적물의 순환이 깨져버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울진 봉평2리 주민 김광수(80)씨는 “침식으로 수심이 깊어져 위험해지면서 관광객들이 사라졌다. 물놀이를 안 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릉 사천진 해변 일대. 해안침식으로 도로와 건물이 바다와 맞닿을 정도로 바닷가가 깎여나간 모습. 진재중 강원대 연구 교수 제공.


동해안의 해안침식은 날로 가속화되고 있다. 침식의 실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자연 해안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이에 해수부는 관련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해안침식의 구조와 원리에 입각한 대책은 게걸음이다. 작년까지 해안침식 관련 연구개발(R&D) 예산도 깎였다.
동해안 침식의 주된 원인은 연안 난개발과 그로 인한 인공구조물 설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는 해안침식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다. 동시에 해수부 차원의 연안해안평가제도 역시 아직 미비하다. 동해안 해안침식은 모래가 사라지는 경관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머지 않아 도로와 주택까지 위협하는 재난의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녹색연합 해양환경기록단 김주은 송승연